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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일 목요일

[NO2 샘플러 사건#1]

연구과제에 필요한 NO2 측정 샘플러를 만들기 위하여 학부생들을 보조연구원으로 고용하기로 하였다. 교수님께서는 하는 일이 없었던 식상이에게 이 일을 주도적으로 하라고 하셨고 식상이는 학부생 사이에서 대장 노릇할 생각에 아주 신나 있었다.

연구실의 크린챔버에는 공기 정화를 위하여 활성탄과 실리카겔이 들어있는 여과기가 연결되어있는데, 샘플러 제작 작업 전, 여과기의 여과제를 교체하기로 하였다. 학부생들을 데리고 실험실 안으로 들어온 식상이가 학부생에게 말하였다.

 

식상 : 안에 들어있는 이 실리카겔들 보이지? 지금은 보라색으로 변색되었지만 원래는 하~~얗다?? 근데 오븐에 넣고 구우면 다시 원래대로 변해.

 

들어있던 실리카겔은 블루 실리카겔이었다.

 

 

[NO2 샘플러 사건#2]

여과제 교체를 위하여 실외로 여과기를 옮기고 리드선을 실외로 연결하였다. 그러자 식상이가 내려와 말하였다.

 

식상 : 얗ㅎㅎㅎ 이 바보들아 ㅋㅋㅋㅋ 너희 왜 복도로 선을 뺐냐 ㅋㅋㅋㅋ 2층에서 코드를 창문 밖으로 던지면 되잖아 ㅋㅋㅋㅋ

 

생각을 조금만 해보면 2층에 플러그를 꼽고 리드선 몸체를 1층에 설치하려면 창문 밖으로 던질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식상이는 그것도 모른 채 혼자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NO2 샘플러 사건#3]

여과기 내부의 활성탄을 버리자, 식상이가 갑자기 여과기 내부를 깨끗이 닦으라고 하였다. 어차피 다시 활성탄을 넣으면 활성탄 가루가 묻어 소용없게 됨에도 불구하고 결국 학부생들은 빗자루, 삼각대, 50cm 자 등 각종 기다란 물건을 닥치는 대로 가져와 여과기를 닦아야만 했다. 다 닦은 여과기에 활성탄을 넣자 다시 까만 가루가 묻는 여과기를 바라보는 학부생들의 얼굴은 활성탄만큼이나 어둡기만 하였다.

 

 

[NO2 샘플러 사건#4]

여과제를 교체하고 샘플러 제작을 하던 중, 식상이가 지후에게 말했다

 

식상 : 나 지금 노트북 수리 맡긴 거 가지고 올 테니까 애들 좀 잘 봐주고... ... 그리고... ......

 

식상이는 뭔가 잔뜩 지시를 하고 싶었지만, 석사 시절에도 샘플러 제작은 정현 혼자 도맡아 했기 때문에 하는 법을 몰라 말을 못 하고 있었다.

 

지후 : (말을 못하고 있자) 아 예! 제가 알아서 잘 하고 있겠습니다. 다녀오십쇼.

식상 : ...? 그래...?

 

그렇게 식상이는 노트북을 가지러 갔다.

그리고 저녁에 돌아온 식상이에게 해솔이 물었다.

 

해솔 : 형님, 저녁식사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식상 : 너희들 알아서 해라... 난 모르겠다...

해솔 : ... 무슨 일 있으세요?

식상 : ... 지후가 NO2 샘플러 알아서 다 하겠단다... 본인이 알다서 하겠다니까 알아서 하겠지... 난 내 할 일이나 할란다...

 

오후의 일로 인해 식상이는 지후한테 단단히 삐진 것이다.

학부생들이 샘플러를 한창 제작 중일 때도, 지후가 저녁 식사 후 대학원 수업에 갔다 왔을 때 까지도 식상이는 본인이 삐졌다는 것을 알아달라는 듯이 뚱-한 표정으로 연구실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지후 : 형님 식상이 삐졌다는거 알아달라고 대놓고 시위 중인데요? 누가봐도 말 걸어달라는 저 표정 보세요 ㅋㅋㅋ

시원 : 나도 봤다 ㅋㅋㅋㅋ 저럴 때는 말도 걸면 안 되고, 담배도 같이 피우러 가면 안된다. 진짜로. 그러면 또 신나서 다시 나대거든... 지금 이대로만 유지하자...

 

삐진 척을 해야 하니 말은 못 걸겠고, 그러나 학부생 대장 노릇은 하고 싶어 갈등하다 결국 하루종일 연구실을 서성이기만 하였다. 식상이는 그날 집에 갈 때, 지후의 인사에 대꾸조차 안했으며, 다음날 까지도 삐진 표정 그대로였다.

한편 식상이의 간섭 없이 샘플러 제작을 무사히 마친 학부생들은 지후에게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2018년 11월 1일 목요일

[지후의 야근#1]

샘플러를 만든 날, 다른 연구실에서 급한 자료요청이 와서 지후가 새벽 5시 반까지 일했던 날의 일이다. 식상이는 슈퍼 오지라퍼라서 일하고 있으면 뭐하는지 쳐다보고 아는 척을 한다. 4시에 출근한 식상이가 밤 12시가 되자 퇴근 준비를 하다 지후에게 와서 또 오지랖을 부린다.

 

식상 : 일은 잘 되가나?

지후 : 아뇨... 데이터가 이상하네요... 공정시험법과 센서로 측정한 데이터의 상관관계가 거꾸로 나와요...

식상 : 아 그건 센서 데이터는 실시간 측정한 것의 평균을 한거고, 공정시험법은 실시간이 아니니까, 사람이 움직인다던지, 그런 변수가 전혀 고려 안됐잖아?

지후 : (.. 이 ㅂㅅ...) 아뇨... 둘 다 그런 변수가 똑같이 반영한 거니까 상관없지 않을까요?

식상 : 아니지~ 그런게 당연히 고려 되어야지~~ 그리고, 센서값이 공정시험법보다 좀 더 값을 높게 읽어주면 음의 상관관계나 나올 수 있어!

지후 : 센서값이 낮게 읽어주면, 그냥 기울기가 낮게 나오죠... 음의 관계라는 것은 전혀 반대의 내용이에요...

식상 : 아니야~ 센서는 아직까지 조금 부정확 할 수 있기 때문에 음의 상관관계가 나오는 것은 조금 낮게 읽어준 거기 때문이야~!

지후 : ... ...

 

식상이는 그렇게 멍청한 소리만 해대다가 퇴근하였다.

 

[지후의 야근#2]

지후는 새벽 530분 경 일을 마치고 퇴근하였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부터 교수님께 연락이 왔다. 식상이에게 맡긴 일에 급하게 수정할 부분이 생겼는데 식상이가 연락이 되질 않는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지후는 혼자(해솔은 출장) 연구실에서 식상이의 일까지 도맡아서 정신없이 하게 되었다. 그날 식상이는 오후 3시에 출근하였는데, 그날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해솔이 지후에게 말하였다.

 

해솔 : (식상이 들으라고)지후야 고생 많았다... 새벽 5시 반까지 일하다 아침부터 교수님 전화와서 그것도 처리한다고 힘들었지?

식상 : 아 그거? 내가 전화 안 받아서 그래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식상이는 언제쯤 사람이 될지 모르겠다.

 

 

[지후의 야근#3]

그렇게 식상이는 일도 안하고, 지후 방해만 하며 하루를 보내자 교수님께 혼날 것이 두려웠나 보다, 그날 저녁 교수님과 만난 식상이는 교수님께 말하였다.

 

식상 : 교수님, 지후가 하던 일은 제가 좀 검토해 주면서 다른 연구진에 잘 보냈습니다.

 

... 이렇게 지후가 밤새서 공들여 한 일이 식상이의 공적이 되었다. 사람이 이렇게 뻔뻔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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